시술을 해주신 선생님이 분명 말씀하셨지. 프락셀보다는 레가토가 시술시에는 더 아프지만 회복은 좀 더 빠르다고... 아 몰랑 아닌거 같아. 난 정말 죽게 아팠다.
시술전에 마취 크림을 바르고 약 20분간 대기했다. 마취크림 바르고 방치하는 시간이 길면 길수록 시술시 통증이 덜하다고 했는데 연휴기간에 관리하러 온 사람들이 많아서 인지 짤없이 20분 가량 마취하고 바로 시술대로 직행... 시술대에 누워서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많이 아픈가요?!" 하니 친절한 선생님은, "금방 끝나요. 살짝 따끔따끔해요. 아프면 참지말고 말씀하시고요." 했지만 진심 아파 죽는줄... 나도 모르게 눈물이 또르르르... 주책 ㅋㅋㅋㅋ
시술 당일. 2/14 수요일.
시술 당일은 얼굴에 붉은기가 전혀 없다. 시술할 때 아픔을 잠시 망각하고 이정도면 여러번 하겠는데?! 했음. 그러다 다음날 헬을 만났지. 멍...
위 사진에서 보이는 것과 같이 시술 당일은 붉은기가 없다. 시술부위가 쓰라리고 열감이 좀 있었으며, 그 화끈거림으로 인해 두통이 심했다. 머리(頭)가 떨어져 나가는 줄 알았다. 정말로... 그래서 이른 아침이었는데 커피 생각도 안나고 바로 집에 와서 수분크림 듬뿍 바르고 취침. 잠이라도 안자면 견디지 못할 것만 같은 그런 아픔이었달까... 악!
다음 날까지 세안하지 말고 재생크림이나 수분크림을 지속해서 듬뿍듬뿍 발라주라고 했다. 화장품 문외한인 나는 재생크림은 병원에서만 구할 수 있는줄 알았지 뭐야. 병원에서 깜빡하고 안사왔다며 일년전에 선물받고 쓸줄몰라 놔뒀던 달팡 수분크림을 일단 바름. 그러다 얼굴이 계속 화끈거리니깐 쿨링감 있는걸 발라야겠다 싶어서 페이*샵가서 알로에 수딩젤인지 뭔지 구매해서 냉장고에 넣어두고 수시로 꺼내 발랐다.
시술 후 1일 째. 2/15 목요일.
한 번 잠에 빠지면 업어가도 모르게 푹 잘 자는 편인데 새벽녘에 얼굴이 세상 건조하고 화끈거려서 깼다. 그래서 수분크림을 그리 듬뿍 바르라고 했나보다. 그 새벽에 자다 일어나 냉장고에서 수딩젤을 꺼내 앗 따거 그러면서 바르고 있는 내 모습을 3인칭 시점으로 보고 있자니 허탈한 웃음이... 어디 한 번 이뻐져보겠다고 고생한다, 고생해 ㅋㅋ
얼굴 화끈거림은 시술하고 다음 날이 제일 심했다. 사진에는 형광등효과와 두껍게 발라놓은 수딩젤 때문에 빨간 얼굴이 잘 표현되지 않았는데 저 사진보다 10배는 더 심각하게 빨갰다. 화상 입은 것 같았달까. 그래서 슬슬 겁이 나기 시작하면서 이 날은 진짜 온갖 잡생각으로 하루를 버렸다. 전형적인 에니어그램 6번 유형이랄까... 헛헛... 재생크림 바르랬는데 수딩젤만 주구장창 발라서 잘못된거 아닌가, 알콜성분 들어간거 자극적이니까 피하라고 했는데 수딩젤 성분표시 보니깐 변성 알콜이 들어가있고 막! 이뻐지겠다고 멀쩡한 얼굴 건드려서 이거 계속 이러면 어쩌지. 하면서 ㅋㅋ 지나고 나니 웃을 수 있소.
시술 후 2일 째. 2/16 금요일.
피부과 가기전에 나름 모은 정보를 참고하면 슬슬 붉은기가 사라지고 레이저가 지나간 자리에 트랙모양으로 딱지가 앉는다고 했는데 내 얼굴은 여전히 불타는 고구마가 따로 없다. 정말로 불타는 고구마. 어제 했던 걱정을 이어서 하고 있는 나란 여자 증말... 혹시나 수딩젤이 너무 자극적이었나 싶어서 다른걸 바르기로 했다. 시술한지 48시간이 지나서 첫 세안을 하고 아무것도 바르지 않은 상태에서 찍어봤다. 뭔가 발라 놓으면 붉은 얼굴이 잘 표현되지 않아서 꼼꼼한 후기를 보여주겠다는 의무감으로 세안 후 물기를 저절로 마르게 한 다음 촬영했다.
이것도 실물보다는 좀 양호하게 나온편이다. 분명 회복이 빠르다고 했는데 48시간이 지났는데도 붉은 얼굴이 계속되니깐 돈주고 흉터를 얻었구나. 쓸데없는 겁을 집어먹음. 이번 레가토 시술은 내가 얼마나 소설을 잘쓰는 인간이었나를 깨닫게 해준 계기가 되었다. ㅋㅋ 연휴기간 맛난거 먹고 티비 보면서 푹 쉴것이지, 혼자서 내면의 헤븐 헬을 왔다갔다. 변성 알콜이 들어간 수딩젤을 그만 바르고 엄마의 한율 수분진정 크림이랑 유리아쥬 제모스 페이스 크림을 번갈아 발랐다.
시술 후 3일 째. 2/17 토요일.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세안하고 물기가 마르자마자 찍어봄. 이 날부터 화끈거림은 확실히 없어졌고 딱지도 슬슬 앉기 시작했다. 그래도 뭔가 여전히 총체적 난국. 딱지는 인위적으로 떼어내면 빨갛게 자국이 남아 오래간다고 해서 세안할 때도 신경썼다. 클렌징 폼을 썼는데도 박박 문지를 수가 없으니 거품만 얼굴에 올려놓고 물로 적시는 수준이어서 세안을 해도 올라오는 피지들이 눈에 보이는 지경. 세상 더럽다. 이 후기를 보시는 여러분, 쉬는날 넉넉히 5일은 잡아야 합니다. 더러워서 나갈 수가 없어요.
시술 후 4일 째. 2/18 일요일.
일요일에 눈 뜨자마자 거울을 보니, 어제보다 훨씬 밝아졌다. 붉은기도 훨씬 더 빠지고. 2일째 3일째 걱정했던 나를 생각하니 피식피식 웃음이나... 나만 특이 케이스 아니냐며, 돈주고 흉터 얻은거 아니냐며, 돈버리고 얼굴에 뭔짓을 한거냐며.. ㅋㅋ
그래도 시술이 깊게 들어간 부분은 회복이 덜 되어 얼굴 전체가 얼룩덜룩했는데 쿠션으로 대략 가리고 출근하면 되겠다 싶었다. 각질과 딱지가 완전히 탈각될 때까지 아무것도 안하는게 좋긴하겠지만...
시술 후 5일 째. 2/19 월요일.
아침에 일어나서 샤워하는 동안 각질, 딱지가 불었다. 손을 대지 않았는데 밀리는 각질과 딱지가 있어서 원래 자리에서 이탈한 각질과 딱지들만 손으로 집어 냈다. (떼어낸게 아니라 집어 냈다.) 클렌징 폼으로 거품을 내어 얼굴에 올리고 레이저가 지나가지 않아서 손상이 전혀 없는 부위만 손가락으로 뽀득뽀득 닦아 냈다. 이렇게라도 안하면 올라오는 피지들이 눈에 보여서 출근을 못할 것 같았다.
월요일 아침 세안후. 보정 전혀 안한 사진이고 형광등이 조금 과했다. 그런데 지난 밤보다도 눈에 띄게 붉은기가 없어진 것은 확실하다. 이 정도면 쿠션 안바르고 수분크림만 듬뿍 바르면 될 듯 싶어서 피부 보호 차원에서 수분크림으로만 건조함을 없애고 출근. 붉은기가 가셔서 정상적인 사람 얼굴이 된 것 만으로 너무 기쁜 아침이었다. 붉은기가 100% 없어진 것은 아니고 히터에 과다 노출되어 홍조가 생긴 발그레한 볼 정도. 굳이 가까이서 보지 않으면 얘가 얼굴에 뭐 했나 의심도 못할 정도였다.
출근해서도 수시로 크림을 발라줬고 수분 크림 바르는 것은 당분간 계속 해야하지 않을까. 남은 딱지가 완전히 다 벗겨질 때 까지 앞으로 2주간은 계속 화장 안하고 수분크림만 바르고 마스크로 자외선 차단만 할 계획이다. 내일은 재생관리 받으러 오라고 한 날이다. 보통 시술하고 일주일 뒤에 오라고 함. 재생관리는 무엇을 하는 것인지 다녀와서 상세히 글을 또 쪄보겠다. 내 돈 주고 레가토 레이저 시술 해 본 후기. 원래도 쓸데 없는 걱정이 많은 닝겐인지라 지난 5일간 프롬 헬 투 헤븐 / 프롬 헤븐 투 헬 무한 루프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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