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학과 4학년 1학기 실습이 끝났다. 그 말인즉슨 이제 간호학과 졸업까지 외부 실습은 2학기에 진행할 5주 만이 남았다는 뜻이다. 편입 합격하고 나서 학교를 갈 것인지 고민할 때만 해도 한 학기만 다녀보고 결정하자는 마음이었는데 어느새 졸업까지 8개월 만이 남았다. 방학 등 학교 안 나가는 기간 제외하면 약 6개월 남은 것이나 다름없다. 긴 여정이었다. (아직 끝난 거 아닌데 왜 다 끝난 느낌으로 말하는 거지 나는...?! ㅋㅋ) 오늘 이 글에서는 4학년 1학기 실습을 끝낸 소회를 밝혀본다.
30세 후반의 나이에 다시 대학교를 갔고, 짧은 기간도 아닌 2년 반의 시간을 보냈다. 일단 한 학기 다녀 보고 생각하자 한 것은 내가 학교에 잘 적응할 수 있을지, 공부는 진지하게 잘 따라갈 수 있을지 나도 알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 외 제일 크게 작용한 것은 돈을 벌지 않고 3년을 버틸 수 있을지 나도 잘 모르겠는 마음이었다. 그래도 옆에서 많은 도움을 준 사람들 덕에 지금까지 그만두지 않고 올 수 있었다. 학교를 다니는 동안 신세를 지지 않은 이가 없다. 누군가는 물질적으로, 누군가는 심적으로 많은 도움을 주었다. 시상식 소감문 아니고 (ㅋㅋ) 돌이켜보니 진짜 그러했다. 이제 8개월만 있으면 23년부터 시작한 이 지긋지긋한 6개 학기가 끝난다.
4학년 1학기의 실습은 지옥의 코스였다. 총 8주의 실습을 한 번의 쉼 없이 다이렉트로 진행됐고, 우리 학교 스케줄이 꽤나 인간적이지 않다고 생각했으나 실습지에서 만난 다른 학교 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간호학과는 그냥 다 힘든 것이었다. 실습지가 공개될 때마다 집에서 다닐 수 있는지 먼저 따져보곤 했는데 이번 학기에는 아쉽게도 일주일 간의 유배 생활이 포함되었다. 그나마 유배가 2주가 아닌 1주일이었다는 것이 무척 다행스러웠다.
3학년 1학기부터 4학년 1학기까지의 임상 실습 중 기억에 남는 실습을 꼽으라면 중환자실, 노인간호, 정신간호, 아동간호였다. 기억에 남는다고 하여 모두 좋은 기억만 있는 것이 아니다. 정말로 값진 실습이어서 기억에 남는 것도 있고, 간호사는 하고 싶지 않을 정도로 좋지 않은 경험이었기에 기억에 남는 실습도 있다. 실습지에서 어떤 사람을 만나는지가 가장 큰 문제다. 어디서 어떤 경험을 하든 대부분이 운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노력해서 바꿀 수 있는 부분은 2할 정도 된다고 생각한다. 내가 어쩔 수 있는 2할에 집중하고 싶은데 그게 잘 안되어 힘든 기간이었다.
소아과 실습에서는 정말 간호사 일이 좋아서, 신나서 하는 간호사를 만났고 그런 사람이 참 간호사라는 생각이 들었다. 본인 일이 너무 즐거우니 다른 사람에게 날 세우는 일도 없었다. 후배들의 모자람을 감싸고 진심으로 본인이 도와줄 것이 없는지 늘 살피는 사람이었다. 게다가 이 병동의 수선생님 또한 학생들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늘 살펴주는 사람이었다. 불필요한 간섭은 하지 않고 무엇을 주의 깊게 관찰해야 하고 요즘 의료계 트렌드는 어떤지 자유롭게 실습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람이었다. 리더란 이런 것이지. 나는 과연 그런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업계를 떠나서 인간적으로 괜찮은 사람이었다.
정신과 실습은 1년 반 동안의 모든 실습을 통틀어 출근이 힘들다고 생각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는 유일한 실습이었다. 폐쇄병동에 배정되어 약간의 두려움은 늘 있었지만 환자들과 대화하고 변화를 관찰하고 분석해보는 것이 적성에 썩 맞았다. 그러나 정신과 병동에서 일하고 싶은 것은 아니다. 다만 주변 오라에 영향을 많이 받는 나는 아픈 사람이 많고, 눈물이 많은 곳에서 감정에 영향을 받지 않고 일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 벌써 에너지가 먹히는 기분이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이런 생각이 다 쓸데 없다. 졸업했는데 그때의 내가 밥벌어 먹고 살 수 있는 일이 이것 밖에 없다면 이것저것 생각하지 말고 해야지 별 수 있나. 그저 가볍게 생각하고 살면 된다. 대단하지 않은 내가 자꾸 대단해지고 싶어하니 고민도 많고 생각도 많은 것이다.
한참 글을 쓰고 보니 바로 내일 졸업하는 사람처럼 썼는데 아직 8개월이 남았다. 국시는 내년 2월에 보지만 올해 12월 중순에 종강하고 나면 학교에 나가지 않아도 되니 나에게는 공식적인 끝은 12월이다. 작년 10월쯤 4학년 학생들이 "이제 실습 끝났어!!!" 하는 모습을 보며 저런 날이 오긴 오나보다 했는데 지금으로부터 8개월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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