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대한민국 평균치 그 언저리에서 잘 살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니까 지구인의 50% 보다는 그래도 나은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런데 실상은 그렇지가 않다.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많은 사람을 만나게 되고 그들 중에는 내가 익히 속해있던 집단과는 다른 세계의 사람이 있을 때도 있다. 그 다른 세계의 사람을 만날 때 마다 나는 새삼 내가 지금까지 살아온 세계가 참으로 별것 아니게 느껴졌다.
그 한 예가 바로 부동산, 아파트다. 과거에 근무했던 회사에서 업무로 알게된 클라이언트는 대만사람이었나?! 그 사람의 취미는 부동산 쇼핑... 항상 어느 나라에 있건 미팅이 끝나면 이 동네 시세 좀 보러 나가겠다며 사라지던 그녀였다. 정말로 이렇게 사는 사람이 존재한다는 걸 사회생활 하면서 깨달았고 상대적 박탈감도 대학이라는 작은 물에 있을 때보다 훨씬 더 크게 느꼈다.
나는 그녀처럼 아파트 쇼핑을 할 순 없으나 내가 평생거주할 목적의 아파트를 구매하려고 시기를 보고 있다. 아니, 보고 있었다. 가격이 이렇게 까지 오를 줄 모르고 아무 생각없이 살다가 내가 아파트를 살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을 때야 비로소 나는 내 집이 있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내내 부모님과 함께 살다가 큰 마음을 먹고 독립을 감행했는데 그렇게 2년 전세로 살다보니 알겠더라. 왜 다들 "내집, 내집." 하는지. 전세금으로 묶여있는 자금도 혹시나 돌려받지 못할까 걱정이 됐고 내 집이 아니니 집에 못 하나라도 박을라 치면 집주인의 동의가 필요할 것만 같았고, 집에 수리가 당장 필요한 상황일 때 집주인이 당장 연결되지 않아서 발만 동동 구른 적도 있고...
내가 독립할 시점에는 전세대출이 비교적 쉬웠고 금리도 그리 높은 편이 아니어서 아무 부담이 없었는데 어찌된 일인지 금리가 큰폭으로 변동하진 않을 거라던 은행 담당자의 말과는 다르게 6개월 마다 꼬박꼬박 대출이자 금리가 올랐고 이게 쌓이고 쌓이니 큰폭으로 오른셈이 되더라. 은행직원을 믿을 수 없어 이제...
그래서 그렇게 꼬박 2년을 채우고 나와 다시 부모님 집으로 복귀했다. 총알을 장전하고 있다가 기회가 되면 얼른 집을 사려는 마음이었다. 내가 보고 있는 집은 서울이지만 서울 중심부와 비교적 거리가 먼 구석동네 소형아파트, 30년도 더 됐고 여차하면 녹물이 나올 수도 있다. 오래된 연식을 보고 재개발을 노리는거 아니냐 할 수 있는데, 나는 내가 들어가 살면서 죽을 때 까지 재개발이 안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나는 사실 평생 거주할 목적으로 집을 보는 중인데, 사는 동안 재개발한다고 다른 거주지를 찾아봐야 한다거나 재개발금을 투입해야하는 상황이 오면 참으로 난감할 것 같다. 그러면 연식이 오래되지 않은 아파트를 찾아봐야함이 마땅하나 신축은 가격이 더 맞지 않는다. 가진 총알만으로는 아파트 매매가 어려우니 대출은 반드시 받아야할텐데 신축이 훨씬 더 비싸니 서울 구석 어딘가 오래된 아파트라도 가격이 맞으면 너무나 구매하고 싶다. 집이 없으면 불안하니까.
12/16에 대출규제 정책이 발표되고 나서 추이를 살펴보니 9억 미만의 아파트 가격이 슬금슬금 올라가는 현상이 보이고 있다. 나참... 웃기지도 않아서... 내가 주시하고 있던 24평형 4억 5천 짜리가 12/16 이후로 6억짜리 매물까지 나왔다. 허탈하기도 하고 이렇게 장난치는 사람과 사회가 싫기도 하고, 내 능력이 안되니 어쩔 수 없지 하는 마음도 들고 참 혼란스럽다.
부동산 가격이 점차 떨어진다는 집단과 부동산 가격을 잡기엔 이미 늦었다며 더 늦기전에, 이제라도 집을 사야한다고 호도하는 집단으로 갈려 서로 자기주장을 하고 있다. 후자의 경우는 이미 집을 여러채 보유한 이들의 목소리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그들은 투자목적으로 집을 여러채 보유하고 있을테고 집값이 떨어지기 시작하면 부동산 중개인과 더불어 가장먼저 손해는 보는 집단이 될테니 집값이 떨어지는 것을 원하지 않는 사람들이겠지. 무주택자로서 나는 어서 집값이 떨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렇지 않다면 정말 나는 희망이 없을 것만 같다. 아파트 가격이 참말 나를 슬프게 한다...
댓글